AI-Native 게임의 시도들과 narre의 방향성
AI-Native 콘텐츠 실험은 이미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AI 상호작용에서 재미를 제공하거나, 게임의 구조와 문법 위에 AI 상호작용을 더하는 시도는 이미 많습니다. 몇몇 서비스들은 이미 시장을 이루고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성공과 실패의 데이터를 쌓아 놓고 있습니다.
인접 AI 콘텐츠 시장의 시도들
AI 게임 제작툴
RPGGO와 Rosebud는 자연어로 누구나 게임을 만들게 합니다. 다만 코딩 장벽은 무너뜨렸지만, 무엇이 재미인지와 어떤 시스템을 짤지는 여전히 만드는 사람 몫입니다. 도구는 주되 재미의 설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AI 텍스트 채팅
character.ai와 국내의 제타·크랙, 그리고 AI 텍스트 어드벤처의 원조 격인 AI Dungeon 등이 있습니다. 캐릭터와의 관계가 중심인 서비스도 있고 모험 서사가 중심인 서비스도 있지만 뼈대는 같습니다. 자유로운 대화가 본체이고, 무엇을 입력해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수요와 매출이 가장 큰 영역이고 흑자를 내는 서비스도 출현해, AI 이야기에 대한 수요와 사업성은 이미 증명이 끝났습니다.
대신 목표와 승패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화가 길게 유지되는 것이 서비스의 목표이고, 재미의 대부분을 캐릭터와 세계관에 의존합니다. 상태를 저장하고 규칙을 집행하는 시스템과 성취를 가늠할 수 있는 UI가 부재하며, 대화가 길수록 토큰 비용이 커지는 구조라 구독 등급이 곧 모델 성능과 컨텍스트 길이입니다.
AI 게임
목표·판정·상태라는 게임의 뼈대를 갖추고 그 위에 AI 상호작용을 세우려는 시도들입니다. narre가 속한 덩어리이기도 합니다.
게임 문법 내의 시도들
AI Dungeon의 자유가 답답했던 사람들을 겨냥해 목표·스탯·판정을 넣은 AI Roguelite는 신선한 시도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게임의 문법에 대한 수요가 실재한다는 증거입니다. 그렇지만 AI가 심판이 아니라 소설가처럼 굴고, 판정이 불투명하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구조를 표방해도 판정을 LLM에게 맡기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TRPG 쪽에서는 Friends & Fables 같은 AI 게임 마스터 서비스가 시장을 이뤘습니다. 이 시장의 합의가 흥미롭습니다. 제대로 된 AI 던전마스터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게임을 주관한다는 것. 규칙을 따르고, 플레이어가 아직 얻지 않은 정보를 숨기고, 불확실하면 주사위를 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유저들의 가장 큰 불만은 기억 상실입니다. 지난 판의 결정이 잊히는 순간, 내 결정이 중요하다는 게임의 근본 약속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메커니즘 자체를 발명하려는 실험도 있습니다. 크래프톤 렐루게임즈는 용의자를 자연어로 심문하는 추리 게임과 목소리로 주문을 외치는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1001 Nights는 AI가 연기하는 왕이 "검" 같은 단어를 말하도록 유도하면 그 단어가 실물 무기가 되는, 발화 유도가 조작인 게임입니다. 생존 방안을 쓰면 AI 심판이 생사를 정하는 Death by AI는 AI에게 해석과 판정을 맡기는 골격입니다. 이 포맷이 검증됐고, 동시에 선점하고자 나서는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기존 사례의 실패 지점들
이 지형에서 반복되는 불만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AI가 판정자가 아니라 소설가같다.
- 판정의 근거를 알 수 없다.
- 결정이 기억되지 않아 쌓이는 게 없다.
- 대화량에 비례해 비용이 늘어나고 기억이 흔들리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
넷은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한 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스템과 목표 정의하고, 상태를 들고 판정하는 엔진과, 성취의 정도를 보여줄 UI와 연출, 즉 기존 게임의 문법입니다. 자연어 입력은 이제 누구나 합니다. 갈리는 것은 그 입력을 받아내는 단단한 구조와 감각을 전달하는 연출의 유무입니다.
narre의 방향성
기존 AI 콘텐츠 서비스들의 접근을 한 줄로 요약하면 방향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본체가 챗이고, 게임 요소를 그 위에 얹습니다. 엔딩 조건을 얹고, 상태창을 얹고, 구조화된 출력을 얹습니다. 그러나 얹는 방식으로는 위의 목록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판정하고 기억하는 엔진은 본체가 챗인 서비스에서 나오기 어려운 층이기 때문입니다.
narre는 방향을 뒤집습니다. AI 챗 안에 게임을 넣는 게 아니라, 게임 틀 안에서 AI 챗의 장점을 빌려옵니다.
그래서 narre는 기존 게임이 수십 년 다듬어 온 것들을 그대로 중요하게 다룹니다. 명확한 목표와 규칙, 값이 실제로 오르내리는 시스템, 상태와 결과를 보여주는 UI. 판정은 엔진이 맡아 근거를 보여주고, 결정은 상태로 쌓여 다음 판단의 조건이 됩니다. 화면만 보면 낯익은 게임으로 읽혀야 합니다.
동시에 그 틀 안에서 기존 게임의 한계지점을 AI로 돌파합니다. 정해진 선택지 밖의 입력을 해석해 규칙 안의 행동으로 옮기고, 캐릭터는 준비된 대사 대신 자기 설정에 따라 인격적으로 반응하고, 방금 그 행동에 대한 서술이 만들어져 나옵니다. LLM은 상시 돌지 않고 해석과 서술이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만 호출되므로, 대화량에 비례해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에서도 벗어납니다. 게임의 뼈대는 기존 게임만큼 단단하게, 상호작용은 기존 게임이 못 가던 곳까지. 이 둘을 동시에 잡는 것이 narre가 말하는 AI-Native 게임입니다.
그리고 한 작품에 모든 것을 걸지 않습니다. 설명하기·설득하기·심문하기·지시하기처럼 서로 다른 상호작용을 작은 게임으로 하나씩 검증하며, 어떤 문법이 실제로 재미있는지를 수집하고 있습니다.